http://www.hani.co.kr/arti/economy/it/430883.html
역풍 맞는 아이폰4…“쓴소리 귀막은게 화근”
한겨레bullet03.gif 구본권 기자기자블로그
8000509650_20100719.JPG
»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4의 ‘안테나 게이트’에 대해 회사 측 입장을 설명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이폰4가 싫으면 사지 마~. 샀더라도 맘에 안 들면 환불받을 수 있지~.”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현장에는 아이폰4 안테나 소동을 풍자한 노래 ‘안테나 송’이 유튜브 동영상과 함께 울려 퍼졌다. 아이폰4의 ‘수신결함’ 논란에서 출발한 이른바 ‘안테나 게이트’의 불똥이 어디까지 미칠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이 자리에서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꺼내든 카드는 한 마디로 ‘정면 돌파’였다.

‘안테나게이트’ 왜 터졌나
깜짝쇼·구매열풍에 도취
장점이 위기대처 걸림돌로
“비밀주의 맹점노출” 평가

■ “리콜 없다. 케이스 공짜” 이날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잡스는 아이폰4 왼쪽 아랫부분을 잡으면 수신 불량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과 아이폰3지에스(Gs)에 견줘 통화중 끊김 현상이 약간 늘었음을 순순히 인정했다. ‘범퍼’(Bumper)로 불리는 29달러짜리 보호 케이스를 공짜로 제공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아이폰4의 품질에 불만을 가진 구매자는 30일 안에 수수료 없이 환불받을 수도 있다.

애플이 제시한 해결책은 언뜻 상당한 변화처럼 보이나, 실상 리콜이나 디자인 수정과 같은 근본적 대책은 빠져 있었다. 오히려 잡스의 설명은 ‘사과’보다는 ‘해명’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잡스는 안테나 수신 결함에 대해 “우리도, 스마트폰도 완벽하지 않다”며 “모든 전화는 취약점을 지니고 있는 게 스마트폰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잡스는 실제로 블랙베리폰, 모토롤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직접 거명하며 이들 제품도 특정 부위를 만지면 수신도 감소현상이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잡스는 또 “아이폰4는 출시 22일 만에 300만대가 팔린, 애플이 만든 최고 제품”이라며 “안테나 때문에 불만전화를 건 고객은 구매자의 1% 미만이고, 환불율은 1.7%로 1년 전 아이폰3지에스를 출시했을 때의 6%에 견줘 3분의 1도 안된다”고 밝혔다. 잡스는 특히 ‘노출안테나 디자인이 수신 결함을 가져올 것이라는 내부 경고를 무시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일축하는데도 공을 들였다.


127944374774_20100719.JPG
»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아스펜에서 공개된 애플의 아이폰4와 ‘범퍼’(Bumper)로 이름 붙인 고무 재질의 아이폰4 보호 케이스.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이날 아이폰4를 특정한 방법으로 쥘 경우, 수신 결함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이것이 큰 논란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반응은 엇갈렸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브랜드 전문가 앨런 아담슨은 최고경영자가나서 문제점과 내부 데이터를 솔직히 밝히고 현실적 대책을 내놓아 ‘리콜’ 문제를 잠재웠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반면, 컨설턴트 댄 헤이스는 “잡스가 경쟁제품과의 비교를 통해 문제를 축소하려는데 놀랐다”며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교 대상이 된 블랙베리, 모토롤라, 노키아, 에이치티시(HTC) 등도 발끈했다. 블랙베리는 이날 곧장 성명을 내 “안테나 디자인 이슈를 왜곡해 애플이 직면한 곤경을 벗어나려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도 “공짜 케이스 제공은 좋은 시도이지만, 장기적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에 ‘구매 추천’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신결함, 해결책도 결함
케이스 제공, 리콜은 거부
“타사 제품도 취약점 있어”
사과보다 해명에 더 무게


<iframe width="590" height="200" noresize="" scrolling="No" frameborder="0" marginheight="0" marginwidth="0" src="http://www.hani.co.kr/section-adv/713/economy_590130_Middle2.html"></iframe>


■ ‘안테나 게이트’는 왜 생겼을까 이번 아이폰4의 ‘수신결함’ 논란은 승승장구하던 기업도 순식간에 ‘위기’에 빠질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손색이 없다. 특히 제품에 대한 자신감과 소비자들의 열광, 고유의 마케팅방식 등 애플을 성공으로 몰고간 기존의 장점들이 되레 새로운 위기상황에 대한 기민한 대응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잡스가 “업계에서 시도되지 않은 혁신적인 엔지니어링 안테나 시스템”이라며 “우리가 만든 최고의 디자인”이라고 아이폰4를 극찬한 것과 소비자들의 선풍적인 구매 열기가 일부의 ‘쓴소리’에 무조건 귀를 막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더군다나 잡스가 앞서 “케이스를 사서 쓰면 된다”는 투로 논란을 잠재우려 한 이후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은 가라앉기보다 더욱 거세지기도 했다.

현재 애플이 부닥친 상황은 스티브 잡스라는 뛰어난 혁신가 한 사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신비주의 마케팅과 비밀주의의 맹점을 드러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애플은 출시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 모든 것을 비밀리에 내부에서만 다룬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통신환경에서의 문제점을 발견하기 위해 이동통신사들과 충분한 테스트 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애플의 경우엔 이 과정도 극히 짧다. 이런 행태는 수없는 베타 테스트와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성능 개선을 꾀하는 최근의 흐름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지 <컴퓨터월드>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애플이 스티브 잡스의 기본전략인 비밀주의를 바꿀 것 같지 않다”며 “하지만 비밀주의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이번처럼 애플의 평판이 손상당하는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