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안테나 게이트' 점입가경
지면일자 2010.07.27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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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공개한 RIM `블랙베리 볼드 9700`의 수신 세기 감쇄 동영상.
애플 ‘아이폰4’ 수신 불량 문제가 스마트폰 업계전반의 갈등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애플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거의 모든 스마트폰이 쥐는 방법에 따라 수신 신호(전파) 세기가 약해질 수 있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25일(현지시각) 애플은 “다른 물질보다 사람의 손이 TV, 라디오, 휴대폰을 포함한 모든 안테나의 신호 세기를 떨어뜨리는 원인일 수 있다”며 여러 스마트폰의 안테나 수신 감도가 떨어지는 실험결과를 내놓았다. 최고경영자(CEO) 간 구두 논평 등으로 서로를 자극하던 데서 벗어나 전면전을 선언한 셈이다.

애플은 우선 아이폰4의 안테나 부근을 손으로 쥐었을 때 신호 수신 세기를 표시하는 막대(바)가 네 개에서 한 개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아이폰 3GS’도 막대가 세 개에서 한 개로 줄었다.

이어 가장 첨예한 입씨름을 벌였던 리서치인모션(RIM)의 ‘블랙베리 볼드 9700’에 애플의 첫 화살이 꽂혔다. 안테나가 내장된 제품 뒷면 아래쪽을 쥐었을 때 수신 세기 막대가 다섯 개에서 한 개로 줄어드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HTC ‘드로이드 에리스’와 모토로라 ‘드로이드 X’는 각각 네 개, 세 개였던 막대가 모두 없어졌다는 게 애플의 주장(실험결과)이다. 노키아 ‘N97 미니’는 일곱 개에서 두 개로, 삼성전자 ‘옴니아Ⅱ’도 네 개에서 한 개로 막대가 떨어졌다. 애플이 이른바 ‘데스 그립(death grip)’이 빚는 현상을 스마트폰 업계 전반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그동안 아이폰4 관련 소비자 불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서 비롯한 절박한 위기의식으로 풀이됐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애플이 삼성반도체 부문의 최대 고객사 중 하나라는 점에서 원론적인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애플을 직접 거론해 자극하지 않겠다는 복잡한 속사정도 읽혀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원칙은 통화 품질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라며 “데스 그립이 수신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번 테스트에 적용된 옴니아2는 안테나가 외부에 노출된 것이 아니고 내부에 특수한 제조법을 적용한 것이라 통화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안테나 수신감도 감쇄 문제에 대한 애플의 물 타기 행태가 시장에서 어떤 결말을 유도할지 주목된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